대구 식도락 여행 1편(식당) : 상주식당 / 부엉이식당 / 까미노 / 마산식당 / 고향숯불막창

대한민국에서 미식으로 가장 유명한 도시라고 하면 어딜까?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전주나 부산도 있겠지만, 대구도 미식에 있어서는 다른 도시 못지 않을 것 같다. 수많은 F&B 브랜드의 본고장이 대구이다. (처갓집 양념치킨, 페리카나, 호식이두마리치킨, 서가앤쿡, 미즈컨테이너, 신전떡볶이, 교촌치킨(구미) 등) 식자재 원가나 식당 운영 비용이 다른 지역에 비해 싸고, 자영업자 비중이 높아 경쟁이 치열해 음식의 퀄리티는 자연스럽게 높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부터 뭉티기와 오트레기를 비롯한 대표 음식들이 궁금했기 때문에 20대 초반에 스치듯 방문했던 추억이 있는 대구에 식도락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한 여름, 그 것도 장마철에 대구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흔하진 않을 것이다. 운 좋게도 우리가 그곳에 머물렀던 이틀 동안은 비도 안 내리고 시원해서 걸어서 구경 다니기에 정말 쾌적했다.

  • 방문일 : 23.7.21(금) ~ 22(토)
  • 방문한 음식점 : 상주식당 / 부엉이식당 / 까미노 / 마산식당 / 고향숯불막창(광장점)
  • 방문한 카페 : 코러스커피 / 캠프바이커피명가 / 딥커피로스터스 / 블랙베어도넛 / 성당못빌
  • 방문한 바(BAR) : 노라


상주식당

  • 주메뉴 : 추어탕 (1인분 12,000원)
  • 주소 :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 598-1 (중앙로역 1번 출구에서 도보 5분 이내)
상주식당 추어탕

동대구역에 2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떨어졌다. 배가 너무 고팠던 우리는 바로 첫 번째 식당인 상주식당으로 향했다. 상주식당은 1957년 문을 열어 60년이 넘은 노포 중의 노포이며, 1년에 단 여덟 달만 장사하는 곳이다. 박정희, 이명박, 문재인 전 대통령도 자주 방문했다고 하며, 전국의 수많은 추어탕 마니아들이 찾는 곳이다. 백발의 여사장님이 무심한 듯 반겨주시는데, 메뉴가 추어탕 단 하나밖에 없고 자리에 앉자마자 음식이 나온다. 12월부터 3월 말까지는 장사를 아예 하지 않으시는데, 동절기 기간엔 좋은 배추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란다.

음식을 먹기 전부터, 일단 한옥의 분위기에 먼저 반하게 된다. 오래된 가게임에도 얼마나 쓸고 닦았는지 내부도 아주 깔끔하다. 된장과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고 간장으로 간을 하고 청양고추로만 매운 맛을 내는 경상도식 추어탕이다. 빨갛고 묵직한 느낌의 서울식 추어탕과는 다르게 색은 하얗고 맛이 시원하고 깔끔하다. 성인 남성 기준으로 양이 많은 편은 아니다. 적당하거나 조금 모자랄 수 있다. 가격은 한 그릇에 12,000원. 우거지국 정도로 생각하고 먹는다면 비싸게 느껴질 수 있는 가격이다.


부엉이식당

  • 주메뉴 : 뭉티기(35,000원), 양지머리(25,000)
  • 주소 : 대구 중구 북성로 104-14 (중앙로역 4번 출구에서 도보 5분 이내)

대구에서 가장 궁금한 음식이 바로 뭉티기였다. 대구에는 ‘왕거미식당’을 비롯해 뭉티기로 유명한 곳들이 워낙 많지만, 우린 숙소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부엉이식당으로 향했다. 대구 뭉티기가 유명한 이유는, 생고기라 도축한지 24시간 안에 먹어야 하는데, 대구 근교에 도축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도축장이 문을 여는 평일에만 맛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뭉티기를 맛보러 토일 여행이 아니라, 금토 여행을 택했다.

부엉이식당의 뭉티기는 생고기 특유의 고소한 맛과 쫄깃한 식감이 좋았다. 고기 자체가 좋아서 그냥 먹어도 괜찮지만, 양념장에 푹 담궈놨다가 먹는게 훨씬 맛있다. 양지머리를 시키면 오드레기도 조금 같이 주신다. 이 오드레기는 소의 대동맥혈관이라고 한다. 오드레기의 꼬들꼬들한 식감은 평소에 소나 돼지의 부속부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안 좋아할 수가 없다. 뭉티기와 양지머리, 오드레기는 이 보다 완벽한 술안주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저렴한 가격은 아닌데, 서울에서 이 정도 양과 퀄리티의 뭉티기를 먹으려면 1.5배는 줘야 한다.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가게의 분위기는 아니나, 오히려(?) 그래서 뭉티기라는 메뉴와 더 잘 어울렸다.


까미노

  • 주메뉴 : 스페인음식, 와인
  • 주소 : 대구 중구 경상감영길 201 까미노 (중앙로역 3번 출구에서 도보 5분 이내)

부엉이식당에서 뭉티기에 소맥을 몇 잔 걸치고, 살짝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 2차 장소를 물색하다가 발견한 곳이다. 까미노는 스페인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오픈키친 형태의 타파스바로, 길가다가 얻어 걸린 곳이었지만 여러가지 메뉴를 시켜 와인과 함께 가볍게 즐기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곳이었다. (1차로 가기에는 양이 적고 비싸게 느껴질 수 있으니 참고해야 한다.)

우린 문어요리인 ‘뽈뽀’와 양송이 튀김을 주문했는데, 큰 기대없던 양송이 튀김이 너무 맛있어 계속 감탄했다. 얇은 튀김 옷은 식감을 더해주고, 과하지 않은 트러플 향이 코를 자극한다. 내부 인테리어도 감각적이며, 오픈키친이라 눈 앞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다. 귀여운 문어를 캐릭터로 한 로고도 인상 깊었다. 결국 까미노에서도 와인을 각 두 잔씩 걸치고 말았다. 늦은 시간까지 영업하며(새벽 1시), 네이버와 캐치테이블로도 예약이 가능한 곳이니, 대구에서 저녁 2차, 3차 장소를 찾고 있다면 강력 추천하는 곳.


마산식당

  • 주메뉴 : 고기밥(10,000원), 국밥(8,000원)
  • 주소 : 대구 중구 경상감영길 101 중앙상가 (중앙로역 4번 출구에서 도보 3분 이내)

1박 2일 동안 먹었던 곳 중에 어디가 제일 좋았냐고 물어보면 아마 마산식당을 말할 것 같다. 상가 안에 성시경이 먹을텐데를 찍은 ‘군위식당’이 마산식당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두 군데의 메뉴와 맛이 거의 비슷하다고 하니, 고기밥을 먹으러 가려거든 성시경이 방문했다고 해서 군위식당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마산식당의 대표 메뉴는 고기밥이다. 고기밥은 수육과 국밥 세트를 말한다. 나는 고기밥을 주문하면서 국밥은 시레기국과 육개장의 중간 느낌인 ‘씨락국’으로 바꿨다. 수육은 겉보기에도 윤기가 흐리고 촉촉해보이며, 먹어보면 어떻게 삶았는지 궁금할 정도로 적당히 부드러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양이 엄청나다.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다. 수육을 원체 좋아하는 나로서는 천국이었다. 아침만 아니었다면 소주도 한 잔 걸쳤을 것 같다. 우린 먹으면서 계속 왜 회사 앞에는 이런 밥집이 없는거냐고 슬퍼했다. 씨락국도 좋았지만 수육의 임팩트가 너무 강하다. 맛과 양에 비해 너무나도 저렴한 맛집이다.


고향숯불막창

  • 주메뉴 : 돼지막창(150g 기준 9,000원), 돼지양념막창(150g 기준 10,000원)
  • 주소 : 대구 달서구 달구벌대로 344길 14 (두류역 7번 출구에서 도보 3분 이내)

대구 식도락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막창이었다. 막창은 이제 서울에서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지만, 본고장인 대구에서 먹어줘야지. ‘진해숯불막창’이나 ‘걸리버막창’처럼 유명한 막창집이 너무 많아 정말 고르기 힘들었지만, 그날 따라 매콤달달한 양념막창이 땡겨 고향숯불막창 광장점으로 갔다.

초벌이 어느 정도 되서 나와 먹기 편했으며, 돼지막창과 돼지양념막창 모두 소주 안주로는 안성맞춤이다. 사장님 말대로 좀 더 바싹 구워질 수록 맛있었다. 너무 질기지도 너무 부드럽지도 않게 적당히 씹는 맛이 있는 스타일의 막창이다. 술이 아주 술술 들어간다. 우린 먹어보진 않았지만 이 곳의 뽈살도 유명하다고 한다. 저녁시간이 되자 사람들이 몰려 조금만 늦게 방문했으면 웨이팅에 걸릴 수도 있었는데 다행이었다. 서울 막창 가격이 비하면 10~20% 정도 저렴한 가격이다. 환기가 잘 안되는 건 다소 아쉬운 부분.


짧게나마 느꼈지만 대구는 과연 미식의 도시라 할 만 했다. 골목마다 개성있는 가게들이 정말 많았고, 내가 방문한 곳들의 음식 수준도 모두 괜찮았다. 지자체에서도 이런 부분을 알고 있기에 ‘대구 10미(味)’를 활용하여 지속적으로 브랜딩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대부분의 맛집과 볼거리가 대구 중심가인 동성로 부근에 모여있어 힘 하나 들이지 않고 편하게 여름의 대구를 여행할 수 있었다.

1박 2일이라는 짧은 시간과 위장의 한계 때문에 더 먹지 못한게 아쉬웠다. 야끼우동이나 복어불고기 같은 다른 10미를 먹으러 대구를 방문할 날이 가까운 시일 내에 있을 것 같다. 대구 식도락 여행 2편(카페 편)은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서 이번 대구 식도락 여행에서 방문한 카페&바에 대한 이야기는 → 대구 식도락 여행 2편(카페&바) : 코러스커피 / 캠프바이커피명가 / 딥커피로스터스 / 블랙베어도넛 / 성당못빌 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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