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 5일 가고시마 여행(2) – 센간엔 / 사쿠라지마 / 시로야마 전망대

가고시마에 도착한 첫 날은 시내를 둘러보며 여유롭게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둘째 날 일정에 가고시마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센간엔과 사쿠라지마를 넣었다.

계속 비가 올 듯 말 듯한 분위기였는데, 시간이 흐를 수록 구름이 걷히고 여행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가 되었다. 오전 중에 센간엔에 후딱 다녀오려고 했는데 버스 시간이 애매했다. 걷는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는 센간엔을 향해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이 날은 큐트페스를 적극 활용했다. 큐트패스란, 가고시마 일부 버스와 트램, 그리고 사쿠라지마로 가는 페리를 하루 동안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패스다. 텐몬칸에 있는 관광안내소에서 구매 가능하며, 가격은 1인당 1,200엔이다.

※ 가고시마현 공식 블로그 참고 → https://blog.naver.com/kagoshimalove/221261206979


센간엔

일단 위에서 언급한 큐트패스를 사용해서 가고시마역까지 트램을 타고 이동했다. 그리고 가고시마역에서부터 지도를 보며 쭉 걸었다. 관광객 하나 보이지 않는 조용한 길을 단 둘이 걷는 재미가 쏠쏠했다.

일정이 타이트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유롭게 수다도 떨고 중간에 드럭스토어도 들르고 사진도 열심히 찍으며 갔다. ‘난 여행 가면 무조건 최소 2만보씩은 찍는다’ 싶은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걸어가 볼만 한 거리다.

걷다보니 어느새 센간엔에 도착했다. (우리야 괜찮았지만 추천하는 방법은 아니다.) 걸어오며 차 외에는 사람 한 명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여기만 북적거렸다. 쓱 보니 대부분 단체 관광객이었고, 그 상당수가 서양 사람들이었다.

센간엔은 입장권을 구매해야 들어갈 수 있고, 정원만 보려면 1,000엔, 저택 내부까지 들어가려면 1,500엔이다. 우리는 정원만 보려고 1,000엔짜리를 끊었다.

※ 가고시마현 공식 블로그 참고 → https://blog.naver.com/kagoshimalove/222741271670

센간엔은 1658년 지어진 사쓰마번의 번주인 시마즈가의 별장이자 정원이다. (여기서 ‘번’은 막부시대 다이묘(영주)가 다스리는 지역을 말하는 것이며, 사쓰마번은 현재의 가고시마현이다.) 일본 전통 정원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는 장소로, 가고시마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로 꼽힌다.

말이 정원이지, 50,000 제곱 미터(약 15,000평)에 달하는 엄청난 면적에 하이킹 코스도 있을 정도의 규모라 제대로 보려면 한도 끝도 없다. 당대 최고 가문의 별장답게, 이곳에서 사쿠라지마를 바라보는 경치는 정말 절경이었다.

정교하게 설계된 듯 조화를 이루고 있는 건물들과 연못, 다양한 식물 등은 센간엔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선정되기에 충분하다고 느끼게 만들었다. 센간엔 내부에는 꽤 큰 규모의 기념품샵과 디저트 가게가 있으니 들러보는 것도 좋다.

시내로 돌아갈 때는 버스를 이용했고, 텐몬칸에 내려준다. (큐트패스 활용)


사쿠라지마 섬

사쿠라지마 섬은 여객선 터미널에서 페리를 타고 갈 수 있다. 페리 티켓은 200엔이지만, 이번에도 큐트 패스를 사용하여 무료로 탔다. 페리는 15~20분마다 출항하고 가는데도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불편함이 없었다.

날씨는 완전히 개어 정말 화창했다. 날씨가 안 좋은 날에는 가까이 가더라도 산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는데 운이 좋았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산 위에 있는 구름처럼 보이는 것들 중 일부는 구름이 아니다. 사쿠라지마가 일본의 대표적인 활화산인만큼 분화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라고 한다. 소규모 분화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화산과 완전 동떨어진 생활을 하는 우리에게는 특별한 지역이었다.

내리자마자 있는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면 유노하라 전망대까지 올라간다. 사쿠라지마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전망대인데, 주변엔 아무 것도 없이 전망대 뿐이고, 타고왔던 버스를 다시 타면 왔던 선착장으로 데려다준다.

페리까지 타고 왔는데 그냥 돌아가기 아쉬워 도보 10분 내외 거리에는 야외 무료 족욕탕을 갔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족욕탕이었는데 발을 넣자마자 적당한 물 온도에 기분이 좋아졌다. 오전부터 센간엔에 다녀오느라 발이 꽤 피곤했었나보다. 사쿠라지마와 바다를 바라보면서 족욕할 수 있다는 점도 다른 곳에서는 쉽게 하지 못하는 경험이었다.

페리가 15~20분마다 자주 있기 때문에 놓쳐서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어 느긋하게 여유를 즐겼다. 중국계 여행객으로 보이는 어떤 분들이 정을 베풀어 오렌지(?)도 주셨다.

이 족욕탕에 갈 계획이 있는 여행자라면 바람에 잘 마르긴 해도 수건 하나 챙겨가는게 좋겠다.


시로야마 전망대

페리를 타고 다시 가고시마 본토 선착장에 도착했다. 저녁 먹기까지 시간이 조금 어중간하게 남아 시로야마 전망대에 가기로 했다. 마침 선착장에서 전망대 바로 앞까지 가는 버스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큐트패스를 사용) 물론 걸어서 올라가는 방법도 있고, 에너지가 넘치는 오전에 왔다면 걸어서 올라갔을 것 같다.

시로야마 전대

정류장에서 조금만 걸으면 동네 공원 같은 전망대가 나온다. 사진을 보니 다시 그 때의 온도와 바람과 햇빛이 생각나는데, 참 좋았다. 큰 기대를 하지 않으면 조용하게 경치를 즐기기 좋은 곳이라 추천하고 싶다.

시로야마 전대

이 사진을 찍은 위치가 사쿠라지마를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포인트였다. 사쿠라지마를 담기 위해 대포 카메라를 들고 온 사람들도 두 명 있었다.

누군가는 정작 사쿠라지마 섬에서 보는거 보다 이 곳 시로야마 전망대에서 보는 경치가 더 멋있다고도 말한다. 우리는 식사를 위해 어두워지기 하산했지만 야경도 멋지고, 특히 일출이 정말 멋있는 포인트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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