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심심할 때마다 틀어놓는 ‘아메리칸 셰프(2014)’의 주요 소재인 쿠바 샌드위치를 구현하는 가게가 홍대에 있다고 하여 찾아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미 남미 사람들로 북적북적. 순간 제대로 된 집임을 직감했고, 정말로 즐겁게 즐기다가 돌아온 홍대의 ‘카페 쿠바노’에 대해 소개한다.


카페 쿠바노 위치
- 위치 :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와우산로 29나길 7
홍대 메인 거리는 아니고 살짝 안쪽에 있다. 앞서 소개한 ‘더리얼치즈버거’와 비슷하게 경의선 책거리 쪽에 있지만 더 안쪽으로 들어가야 한다.
영업시간 / 주차
- 평일 12:00 ~ 20:30 / 주말 12:00 ~ 22:30
- 매주 월, 화요일 휴무
- 라스트오더 평일 20:00 / 주말 22:00
- 주차 : 별도의 주차장은 없어보이고, 가게 앞에 주차하기도 한다
정신없는 즐거움이 휘몰아치는 카페 쿠바노


쿠바의 상징인 파란색과 흰색 줄무늬 그리고 빨간 별로 디자인된, 지나가는 누가 봐도 쿠바 음식점인 곳.



좌석 구성은 약 6명 정도 앉을 수 있는 바테이블과 만석이어서 제대로 사진 찍지 못했지만 2~4인용 테이블이 여러 개 있다.
아주 작은 규모의 식당은 아니지만 우리가 방문한 날은 남미인 단체 고객이 있어 유난히 부산스러웠고 나머지 테이블도 꽉 차있어 반 쯤 멘탈이 나간 두 명의 직원들을 눈 앞에서 볼 수 있었다. 덕분에(?) 우리는 쿠바 샌드위치를 하나 주문했음에도 주문 실수로 하나 더 얻어 먹었지.

쿠바 샌드위치는 11,000원으로, 풀드포크가 들어간 쿠바 샌드위치와 감자튀김, 그리고 마늘 베이스의 특제소스가 나온다. 간식이라기 보다는 식사에 가깝기 때문에 이미 식사를 한 상태라면 쿠바 샌드위치 하나로 충분하다. 양에 비해 가격이 나쁘지 않아 집이나 회사 근처에 있었다면 점심먹으로 자주 왔을 것 같다.
카페 쿠바노의 쿠바 샌드위치는 영화 ‘아메리칸 쉐프’에 나오는 그 레시피 그대로 만든다고 한다. 겉은 바짝 구워 바삭하고 잘 익은 풀드포크와 치즈와 햄, 피클의 조합이 환상적이다. 풀드포크는 장시간 훈연하고 레스팅한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아주 야들야들하다.

샌드위치에 얹어 먹을 수 있도록 같이 나오는 특제소스가 별미인데, 직원분께 여쭤보니 마늘과 올리브오일 베이스이고 그 외에는 알려줄 수 없다고 한다. 꽤나 익숙하지만 그렇다고 다른데서 먹어본 맛은 아니었다. 샌드위치에 들어간 고기와 치즈 때문에 좀 느끼할 수도 있는데, 특제소스가 밸런스를 잡아준다.
이 특제소스를 모호소스(mojo sauce)라고 부르는데, 일반적으로 마늘, 올리브오일, 고추, 파프리카, 각종 향신료로 만들며 쿠바를 비롯해 중남미 음식에 많이 쓰인다고 한다. 고추장, 돈까스 소스, 칠리소스 같은 것들도 가게마다 레시피가 다르듯이 모호소스도 마찬가지다. 구글에 검색하면 파슬리가 많이 들어간 모호소스는 연두색 빛이 나기도 한다.

우리는 이미 점심식사를 하고 방문했기에 배가 불러 메뉴가 늦게 나와도 괜찮았으나, 미안하셨는지 직원 분께서 서비스로 술을 권해주셨고 그래서 얼떨결에 계획에도 없던 맥주 두 잔과 쿠바산 럼까지 얻어 먹고 나왔다. (아무래도 럼이라 너무 달착지근해서 내 스타일의 술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감사히 맛있게 먹었다.)
직원 분들도 남미 단체 고객들로 한바탕 전쟁을 치룬터라 땀을 연신 닦으며 바테이블에 앉은 손님들과 같이 스몰토크를 하며 맥주를 마셨는데, 이 모습이 나쁘게 보이지 않았고 재밌었다. (우리가 얻어 마신 쿠바산 럼은 아마도 ‘레헨다리오’의 한 종류로 기억한다.) 주문한 것보다 더 많이 얻어 먹은 운수 좋은 날.
주말 저녁에 방문하면 종종 사장님이 계신데, 술을 워낙 좋아하셔서 바테이블에 앉은 손님들과 그렇게 신나게 드신다고… 주말 저녁 홍대 거리에서 할 일이 없다면 한 번 카페 쿠바노를 방문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카페 쿠바노 총평
홍대 메인 거리에서 접근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합리적인 가격으로 맛있는 쿠바 샌드위치를 제공하는 곳이다. 네추럴한 분위기에서 이국적이지만 누구나 좋아할 스타일의 음식과 커피, 술을 즐길 수 있으며, 직원 분들의 접객 또한 마치 남미에 온듯한 친절하고 즐거운 분위기로 대만족한 곳이다. 이 날 먹어본 음식은 커피와 쿠바 샌드위치뿐이지만 다른 메뉴들도 궁금해졌다. (지금도 몇 군데 있지만) 앞으로 우리나라에 쿠바 샌드위치를 취급하는 가게가 많아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카페 쿠바노 2호점 이태원 「쿠바노스」
2호점의 이름은 ‘쿠바노스’. 이태원 메인 스트릿 한복판에 있다. 기존 카페 쿠바노의 쿠바인 직원들을 포함해서 다수가 쿠바노스에서 일하고 있다고. 각 매장에서 준비해둔 재료가 부족하면 서로 공급해준다고 한다. 이 날도 쿠바노스에 고기가 부족했는지 쿠바인 여자 직원이 와서 고기를 가져갔음.
인스타그램으로 보니 쿠바노스는 3개층의 건물을 단독으로 쓰고 있으며, 음식과 술 메뉴가 훨씬 다양한다. 가끔 파티도 하는 것 같은데 궁금해서 다음에 이태원 갈 일이 있으면 찾아갈 예정. 24년엔 프랜차이즈를 계획 중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