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트래픽 LP바 – LP 러버들의 성지

이른 저녁 식사를 하고 카페 대신 바에 가는게 루틴처럼 되어버린 우리. 이 날은 롸카두들에서 치킨버거를 하나 씩 해치우고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곳으로 향했다.

LP바를 꽤나 좋아하는 여자친구가 강력 추천하는 이 곳. 바로 압구정의 ‘트래픽 LP바’. 2만장에 가까운 LP를 보유해서 웬만한 신청곡은 LP로 직접 틀어준다는데… 더 이상 방문을 미룰 수 없어 찾아갔다.


트래픽 LP바 위치, 영업시간, 휴무

  • 위치 : 서울 강남구 선릉로161길 21 지하 1층 (압구정로데오역 6번 출구에서 도보 5분)
  • 영업시간 : 월~목 19:00~02:00 / 금~토 19:00~03:00
  • 휴무 : 매주 일요일


LP 러버들의 성지 – 1만 5천여 장의 LP를 보유한 트래픽

트래픽 LP바로 들어가는 입구는 두 군데다. 위 사진은 후문. 좁은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는데 마치 비밀 던전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계단 양 옆으로 정말 탐나는 빈티지 포스터들이 붙어있다.

트래픽 LP바 내부

오픈 시간(저녁 7시) 맞춰 가서 우리 빼고 다른 손님은 한 명 뿐이었다. 매장 면적은 눈 대중으로 대략 200평 이상은 되어 보인다. 사진보다도 좌석이 훨씬 많아 100명 가까운 손님도 수용이 가능해 보인다. 일단 사람들이 오기 전에 얼른 한 쪽 바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트래픽 LP바 내부

정통 위스키, 칵테일바가 아니기 때문에 고급스러운 느낌은 없다. 좀 어수선하기도 하고 집기들도 세월의 흔적이 많이 묻어있다. LP 때문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10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한 듯한 분위기.

뭐가 됐든 층고가 높고 테이블간 간격이 넓어서 편하게 술과 음악을 즐기기에는 충분했다. 무엇보다 음악이 짱짱하게(?) 나온다.

트래픽 LP바 음악 청

턴테이블이 있는 DJ 부스(?). 이 곳에서 직원 분이나 사장님이 사람들이 신청한 노래를 틀어주신다. 트래픽 LP바는 LP를 1만 5천여 장이나 보유하고 있다. 2002년부터 이 곳을 운영해온 사장님이 어렸을 때부터 회현동, 청계천 등지에서 수집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LP를 보유한 바가 아닐까.

대충 LP 몇 장과 인테리어용 턴테이블 가져다 놓고 음원으로 노래 틀어주면서 LP바라고 이름 붙인 곳이 아니다. 이 곳을 방문해야 하는 이유.

트래픽 LP바 음악 청

우리도 열심히 신청곡을 적어냈다. 직원 분과 사장님은 쉴 틈 없이 왔다갔다 하며 LP를 뒤적거리며 노래를 찾았다.

우리가 자리에 앉은지 한 시간 쯤 지났나 그제서야 저녁식사를 마친 손님들이 몰려와 우리가 나중에 신청한 곡들은 거의 듣지 못했다.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신청한 노래들을 듣는 재미도 있었다.

술을 한 잔 하며 LP로 좋은 스피커를 통해 듣는 음악은 확실히 다르긴 다르다. 손님들의 연령대가 낮은 편이 아니라 난생 처음 들어보는 7080 가요들이 나왔다가 갑자기 메탈이 나왔다가 재즈가 나왔다가 한다. 가만히 귀 기울이다가 좋은 노래는 따로 검색해보는 재미도 있다.

트래픽 LP바 내부

멀리서 보면 이런 느낌. 사진으로 담지 못한 쪽에도 LP가 꽉 차있다.

사장님은 80년대 초에 경희대 앞에서 음악다방을, 90년대 초에는 종로에서 음악카페를 하다가, 2002년 가로수길에서 본격적으로 올드팝을 트는 LP바를 열었다. 그리고 2012년 지금의 압구정로데오로 확장 이전하게 되었다고.

트래픽 LP바 내부

우리가 앉은 바테이블에서 보는 LP뷰(?). 켜켜이 쌓여있는 LP판을 보니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아진다. 나도 어느 정도 수집욕이 있는 편이라 일부러 LP쪽은 손을 안대고 있다. 언젠가는 발 담궈보고 싶은 영역.

트래픽 LP바 내부

좋은 음악 들으며 칵테일을 각 두 잔씩 마시고 나니 시간이 세 시간이나 훌쩍 흘렀다. 모르는 사이에 넓디 넓은 이 곳도 사람들로 꽉 찼다. 트래픽 LP바는 주말 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퇴근한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술이 주가 되는 바가 아니다보니 술 종류가 많지 않다. 칵테일이나 위스키도 딱 어딜 가나 있는 기본만 갖춰져 있다. 분위기로 이미 만족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칵테일 가격은 저렴한 편. (1만원대 초반 ~ 중반)

나올 때는 정문으로. 간판이 크게 있어서 찾기 어렵지 않다.

솔직히 압구정 하면 트랜드만 쫓아 우후죽순 생기는 가게들이 대부분이라는 이미지도 있어서 트래픽 LP바 같은 재밌는 곳이 있을거라고 생각 못했다. 트래픽 LP바 때문에라도 압구정에 자주 가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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